유가는 다시 100달러로 – 한국전력의 하반기 세 변수

한국전력은 오랫동안 적자 기업의 대명사였습니다. 그러다 흑자로 돌아섰고, 2026년 들어서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찍고 주저앉았고, 3년 넘게 묶여 있던 전기요금에는 인상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으며, 주가는 어제 하루에만 7퍼센트가 빠졌습니다. 이 회사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2026년 7월 29일 오늘 기준으로 하나씩 정리해 보겠습니다.
1. 한국전력을 이해하는 한 문장
복잡해 보이지만 출발점은 단순합니다. 비싸게 만들어 싸게 팔던 회사였습니다.
발전에 쓰는 석탄과 액화천연가스, 원유는 국제 시세대로 사 옵니다. 그런데 전기는 정부가 정한 가격에 팔아야 합니다. 원가는 시장이 정하고 판매가는 정책이 정하니, 연료값이 뛰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이 생깁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쌓인 누적 영업적자가 약 47조 8000억원에 달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흑자로 돌아선 세 가지 축
이 구조가 뒤집힌 것은 세 가지가 동시에 맞물린 결과였습니다. 첫째로 팬데믹과 전쟁을 거치며 치솟았던 석탄·액화천연가스 가격이 안정을 되찾았고, 둘째로 오래 눌려 있던 전기요금이 산업용을 중심으로 여러 차례 현실화됐으며, 셋째로 상대적으로 값싼 원전의 가동률이 올라가면서 같은 전기를 더 낮은 원가로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2025년 연결 영업이익은 약 13조 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매출 24조 3985억원, 영업이익 3조 7842억원을 냈습니다.
2. 7월 한 달, 무엇이 흔들렸나
올해 7월은 이 회사에 유난히 사건이 많았던 달이었습니다. 한 달의 시작과 끝을 나란히 놓고 보면 성격이 분명해집니다.
| 항목 | 7월 초 | 7월 28일 |
|---|---|---|
| 국제유가 | 두바이유 63.3달러 | 100달러 재돌파 후 급락 |
| 전기요금 | 3분기 동결 확정 | 4분기 인상 가능성 부상 |
| 주가 | 36,200원 | 33,650원 · 하루 7.04% 하락 |
자료: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한국거래소, 언론 보도 종합. 두바이유는 7월 2일, 주가는 7월 10일 기준입니다.
세 줄의 성격은 서로 다릅니다. 유가는 한 달 안에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온 왕복이었고, 요금은 오랫동안 닫혀 있던 쪽이 열릴 조짐이며, 주가는 한국전력만의 사정이 아니라 시장 전체가 무너진 결과였습니다. 하나씩 나누어 보겠습니다.
3. 유가 — 100달러를 찍고 다시 내려온 한 달
7월 초만 해도 흐름은 조용했습니다. 우리나라 수입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7월 2일 배럴당 63.3달러였습니다. 그런데 미국과 이란이 다시 충돌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재봉쇄됐고, 우회로인 홍해마저 예멘 후티 반군의 위협을 받으면서 공급 불안이 한꺼번에 되살아났습니다.
| 기준 시점 | 두바이유 | 당시 상황 |
|---|---|---|
| 7월 2일 | 63.3달러 | 중동 긴장 소강, 안정 국면 |
| 7월 둘째 주 | 67.8달러 | 긴장 재점화 조짐 |
| 7월 셋째 주 | 77.6달러 | 미국·이란 무력 충돌 재개 |
| 7월 23일 | 97.2달러 | 호르무즈 재봉쇄, 홍해 유조선 피격 |
자료: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주간 집계, 언론 보도 종합.
3주 만에 배럴당 34달러가 올랐습니다. 브렌트유는 지난주 한때 100달러 선을 넘었습니다. 그리고 반전이 왔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24일 대이란 공습 중단을 지시하면서 양측의 충돌이 소강 국면에 들어갔고, 27일 현지시간 기준 브렌트유 9월물은 하루에만 8.42달러, 8.7퍼센트가 빠진 배럴당 88.36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 9월물도 6.70달러 내린 82.61달러였습니다.
두바이유는 주간 단위로 집계돼 발표되는 만큼, 27일의 급락분은 다음 통계에서 확인될 부분입니다. 방향만 놓고 보면 다행이지만, 이번 한 달이 남긴 교훈은 따로 있습니다. 한 번 진정됐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협상은 여전히 삐걱대고 있고, 이란은 언제든 해협을 다시 막겠다며 으름장을 놓습니다.
4. 실적 — 2분기는 지켰고, 문제는 하반기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2분기까지는 방어했고, 감소는 하반기에 몰려 있습니다.
| 구분 | 매출 | 영업이익 |
|---|---|---|
| 2026년 1분기 (확정) | 24조 3985억원 | 3조 7842억원 |
| 2026년 2분기 (추정) | 21조 8000억원 | 2조원 안팎 |
| 2026년 연간 (증권사 추정) | — | 9조원대 |
자료: 한국전력 공시, 한화투자증권 2026년 7월 28일 보고서. 2분기 시장 컨센서스 영업이익은 1조 9600억원입니다.
2분기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 0.7퍼센트, 영업이익 6.1퍼센트 감소한 수준입니다. 시장 기대치는 오히려 소폭 웃돕니다. 매출이 늘지 않은 가운데 연료비와 구입전력비 감소도 제한적이었던 결과입니다. 즉 2분기는 잘한 것도 못한 것도 아닌, 예상대로의 분기였습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연간 추정치입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12조원대에서 9조원대로 내렸습니다. 상반기에만 5조 8000억원 안팎을 벌었으니, 하반기 몫으로 남은 것은 3조원대라는 계산이 됩니다. 중동 사태로 흔들린 에너지 가격이 시차를 두고 하반기 장부에 도착한다는 뜻입니다. 같은 보고서는 목표주가도 6만 4000원에서 4만 7000원으로 낮췄습니다.
5. 재무 — 이자만 하루 114억원
흑자로 돌아섰다는 사실이 곧 빚이 사라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1분기 기준 숫자를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여기에 시한이 하나 걸려 있습니다. 2022년에 한시적으로 늘렸던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가 2027년에 일몰됩니다. 2028년에는 발행 가능 금액이 90조 5000억원에서 36조 2000억원으로 줄어듭니다. 이미 발행된 채권 규모가 75조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니, 한도 축소가 그대로 적용되면 감당해야 할 상환 부담이 상당해집니다.
6. 요금 — 13개 분기 만에 열릴 조짐
한전 이야기에서 전기요금은 늘 닫힌 문에 비유돼 왔습니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2023년 5월 이후 13개 분기 연속 동결 상태이고, 3분기에 적용되는 연료비조정단가도 킬로와트시당 플러스 5원으로 유지됐습니다. 물가를 다독이려는 뜻이지만, 한전 입장에서는 실적을 끌어올릴 카드 하나가 닫혀 있던 셈입니다.
그런데 7월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물가 부담이나 국민 소득 문제가 없다면 가정용 전기요금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전력이 남는 시간대에는 싸게, 피크 시간대에는 비싸게 매기는 방향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시간대별 차등화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주무 부처와 대통령이 같은 방향을 말했다는 점에서, 이르면 4분기부터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필요조정단가를 보면 흐름이 보입니다
직전 3개월의 연료비 변동을 그대로 반영했을 때 나오는 이론값입니다. 이 값이 마이너스면 원칙대로는 요금을 내려야 하고, 플러스면 올려야 합니다. 다만 실제 적용되는 연료비조정단가는 킬로와트시당 플러스마이너스 5원 안에서만 움직이고, 정부가 물가와 한전 재무 상황을 함께 보고 최종 결정합니다.
이 필요조정단가가 1분기에는 킬로와트시당 마이너스 11.2원이었는데, 2분기에는 마이너스 3.4원까지 좁혀졌습니다. 연료비가 오르면서 인하 요인이 빠르게 줄었다는 뜻이고, 플러스로 돌아서는 순간 요금 인상의 명분이 숫자로 갖춰집니다. 요금 인상은 한전 입장에서 유가와 무관하게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카드입니다. 그 카드가 하반기에 다시 손에 잡힐 수 있다는 것이 지금 가장 큰 변화라고 봅니다.
7. 검은 화요일 — 7월 28일의 주가
1월 고점에서 7월 말까지, 한국전력 주가의 2026년 흐름입니다.
먼저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7월 28일의 급락은 한국전력만의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이날 코스피는 732.09포인트, 10.84퍼센트 내린 6023.66으로 마감했습니다. 하락폭 기준 역대 2위였고, 장중에는 5992.91까지 밀려 6000선이 무너졌습니다. 매도 사이드카에 이어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만 5조원 안팎을 순매도했습니다. 중국발 메모리 공급 과잉 우려와 인공지능 투자에 대한 의구심,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의 기계적 매도가 겹친 결과라는 것이 증권가의 진단입니다.
한국전력은 이날 7.04퍼센트 내린 3만 3650원에 마감했습니다. 시장이 10퍼센트 넘게 빠진 날에 7퍼센트를 잃은 것이니, 상대적으로는 덜 빠진 축입니다. 다만 올해 흐름 자체가 이미 무거웠습니다. 1월 21일 장중 6만 9500원으로 상장 이래 최고가를 찍은 뒤, 반년 만에 반토막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 시점 | 주가 | 배경 |
|---|---|---|
| 1월 21일 | 69,500원 | 장중 기준 상장 이래 최고가 |
| 6월 29일 | 38,250원 | 중동 긴장 완화 기대에 반등 |
| 7월 20일 | 33,000원 | 유가 재급등, 7월 최저 종가 |
| 7월 27일 | 36,200원 | 공습 중단 소식에 반등 |
| 7월 28일 | 33,650원 | 코스피 급락에 동반 하락 |
자료: 한국거래소, 네이버페이 증권. 1월 21일은 장중 고가 기준입니다.
밸류에이션만 놓고 보면 낮습니다. 현재 주가는 컨센서스 기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 3.2배, 주가순자산비율 0.4배 수준입니다. 다만 증권가의 조언은 신중합니다. 에너지 가격에 따른 실적 리스크가 열려 있는 만큼 저가 매수를 위해서는 실적 전망의 안정화가 먼저라는 것입니다. 싸다는 것과 사도 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는 뜻으로 읽었습니다.
8. 남아 있는 카드 — 원전
실적이 눌리는 구간에서 주가를 되돌릴 수 있는 재료로 증권가가 공통적으로 꼽는 것은 원전입니다. 하반기에 걸려 있는 일정은 세 가지입니다.
대미 투자 발표와 베트남 원전
미국 시장 관련 투자 발표가 하반기 중 예정돼 있고, 베트남 신규 원전 사업도 구체화 단계에 있습니다. 베트남 닌투언 프로젝트는 총사업 규모가 220억에서 250억 달러로 거론되는 대형 사업입니다. 한전은 베트남 국영 에너지 기업과 원전 개발 협력 검토 양해각서를,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참여한 금융 협력 검토 양해각서도 함께 체결한 상태입니다. 앞서 체코 두코바니 원전을 수주한 경험이 경쟁력의 근거로 거론됩니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여기에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있습니다. 당초 9월로 예상됐던 초안 공개는 12월 이내로 미뤄졌습니다. 반도체 산업단지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골자로 한 대형 프로젝트가 발표되면서 전력 수요 전망을 다시 짜야 했기 때문입니다. 수요 전망이 커진 만큼 신규 원전이 이전 계획보다 확대돼 반영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일정이 미뤄진 것은 단기적으로는 재료의 공백이지만, 담기는 내용은 오히려 커질 수 있는 셈입니다.
9. 정리 — 하반기에 확인할 세 가지
회사의 체질이 달라졌다는 사실 자체는 유효합니다. 비싸게 만들어 싸게 팔던 구조에서 원가를 회수하는 구조로 넘어온 것은 되돌아가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구조가 외부의 파도를 얼마나 견디는지는 이제부터 확인할 문제입니다. 지켜볼 지점을 셋으로 정리했습니다.
| 확인할 것 | 무엇을 보면 되는가 |
|---|---|
| 유가 진정의 지속성 | 두바이유 주간 시세, 호르무즈 통항 정상화 여부 |
| 4분기 요금 인상 | 필요조정단가의 플러스 전환,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 결정 |
| 원전 모멘텀 | 대미 투자 발표, 베트남 원전 진척, 제12차 전기본 초안 |
각 항목의 확인 시점은 하반기 안에 대부분 몰려 있습니다.
저는 곧 발표될 2분기 확정 실적을 첫 번째 확인 지점으로 두려 합니다. 추정치와 실제가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를 보면, 하반기 감소폭의 윤곽도 함께 잡힐 것입니다. 오랜 적자의 터널을 빠져나온 회사가 외부의 파도를 어떻게 넘는지, 그 과정을 앞으로 이 블로그에 계속 기록해 두겠습니다.
이 글은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개인적인 분석이며, 특정 종목의 매매를 권유하는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본문의 수치는 2026년 7월 28일까지 공개된 자료를 기준으로 하며, 투자의 판단과 책임은 온전히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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